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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2 완벽한 옥수수와 가죽 벗긴 짐승들

sso_zero 2025. 1. 20. 12:05

KPC: 여은수
PC: 정태영

 
불규칙한 간격으로 심겨 있던 옥수수들이 마침내 사람 키를 웃도는 벽이 되었을 때,
 
태영과 은수는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푸르던 하늘을 온통 뒤덮어 땅거미가 집니다.
 
제대로 포장되지 않아 차가 덜컹거리는 도로를 나아갑니다.
 
차창 너머 빠르게 지나가던 옥수수 대들이 울창해집니다.
 
이 주변에 옥수수밭이 있었던가,
 
핸들을 잡은 손에 의문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봐야 이미 밭 한가운데에 들어선 다음이었지만.
 
여은수:태영아, 우리...
옥수수밭을 본 적이 있던가?
 
정태영:..이게 뭐야
 
전파야 당연하게도 잡히질 않습니다.
 
유일한 믿는 구석이었던 자동차는 타이어가 펑크나 비포장도로 한가운데에 멈춰버린 게 지금입니다.
 
이러니 걸어가는 수밖에요.
 
저녁노을이 땅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입니다.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여은수:...나 좀 내려줄래?
타이어가 펑크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정태영:안그래도 그래야할 것 같네
일단 내리자..
 
여은수:(차 문을 덜컥 열고는 차 안에서 내립니다. 그리고는 타이어 바퀴를 확인해요.) ...단단히 나갔네.
 
정태영:주변에 옥수수밖에 안보이는 것 같은데..
 
여은수:(태영의 말을 듣고는 주변을 휙휙 돌아봅니다.) 그렇네, 옥수수밖에는... 내 키만 하다.
 
정태영:여긴 어디야 대체.. (까치발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걸어가야하나?
 
여은수:(까치발을 들고 주위를 돌아보는 태영을 보고 쿡, 웃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아. 우선 주변이 어두워질 테니까... 혹시 트렁크에 손전등 있어?
 
정태영:아, (트렁크를 뒤져 손전등을 찾아봅니다)
여기.. 근처에 있었던 것 같은데..
(작은 손전등 하나를 발견합니다) ..어!!!!
 
정태영:40
기준치: 40/20/8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먹통이네
 
여은수:...이런. 내가 다시 켜볼게. 줘봐.
 
정태영:어..어떡하지
 
여은수:50
 
정태영:(ㅠㅠ)
 
여은수:
기준치: 50/25/10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정태영:누나 기계공 아니였어..?
어떻게 안되나..
 
여은수:...나 물리학과거든.
 
그때
 
여은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주변을 돌아보는데...
 
여은수:...찾았다. (비포장도로에 떨어져 있는 손전등을 발견하고는 주워옵니다.)
(달칵달칵...) 잘 켜지네. 됐어. 이걸 들고가면 될 거야.
 
정태영:유능해..
근데.. 아무래도 걸어가야겠지?
 
여은수:잘 봐둬. 이게 네 여친 능력이시다.
응... (손전등 한 번 더 달칵달칵.)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아.
 
정태영:뭐 더 보이는 건 없나..? (주위를 다시 살핍니다)
 
주변을 둘러본들 당장 보이는 것은 넓게 펼쳐진 옥수수밭.
 
그리고 길게 펼쳐진 과 고장 난 태영의 자동차입니다.
 
정태영:집 가면 다시는 옥수수스프 안먹어야지..
 
여은수:아하하, 내가 만들어줘도?
 
정태영:그럼 100개정도만 먹어볼까..
 
여은수:(태영이 어깨 쿡.) 얘도 참...
 
정태영:일단.. 길부터 조사해볼까
(길을 살펴봅니다)
 
 
 
옥수수밭을 양옆으로 두른 길입니다.
 
여타 옥수수밭에 비하면 길이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저 멀리 길 중앙에 무언가 놓여있습니다.
 
확인하려면 한참 걸어가야 할 듯합니다.
 
여은수:흐음... 길다. (저 멀리를 눈을 찌푸려 한참 쳐다봐요.)
 
정태영:뭐.. 있는 것 같지 않아...?
 
여은수:그런가? (태영을 돌아보며 말합니다.) 눈 좋네...
 
정태영:가볼래...? (좀 쫄리긴 한데..)
 
여은수:글쎄, 우선 여기에 있는 것들 먼저 보고 난 후에 가도 늦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정태영:오케이.. 그럼
(자동차를 조사해봅니다)
뭐 더 찾을만한건 없나..
 
태영과 은수가 타고 온, 무언가 밟아 타이어가 펑크난 자동차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더 이상 몰 수 없어 보이네요.
 
터진 바퀴 아래 표지판이 깔려있습니다.
 
정태영:표지판이 범인이였네
 
여은수:으음, 그러게. 웬 표지판?
 
정태영:(표지판의 글자를 읽습니다)
뭐... 뭐라 써 있나?
 
정태영:(?)
오늘 혹시 며칠이지..
월요일이면 큰일인데
 
여은수:오늘, 그러니까... (핸드폰을 켜봅니다.)
...안타깝게도 월요일이네.
 
정태영:...옥수수밭에 들어가지 말라라..
..역시 들어가면 안되겠지?
 
여은수:으음, 아마도.
그럼 차라리 네가 궁금하다고 했던... 길을 좀 걸어가 볼까?
 
정태영:그래 가자가자....
뭔가가 있었던 것 같으니...(은수와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넓게 펼쳐진 비포장도로를 걷다 보면 바닥에 놓여있던 ‘무언가’가 가까워집니다.
 
가까이서 본 물체는,
 
온몸의 가죽이 벗겨져 새빨간 근육이 드러난 동물의 사체였습니다.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은수: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동물이... 좀...
그렇다.
누가 이런 짓을...
 
정태영:무슨 정육점 고기마냥.....
 
여은수:...뭐, ...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정태영:누가 벗긴거지.... 가죽은 아예 보이지도 않네...
 
여은수:그러니까, 좀... 윽.
 
정태영:(동물의 사체를 조사합니다)..힘들면 보지마..
(나는 공포영화 많이 봐서)
 
여은수:어우, 그래. 난 좀... 뒤돌아 있어야겠다.
 
정태영:역시 남자친구가 최고지?
 
여은수:... (퍽. 태영의 어깨를 가볍게 칩니다.) 이런 장난스러운 말은 필요 없거든.
 
정태영:누나의 눈이 되어주지..
 
여은수:너 내가.. 주술... 어쩌고 그만 보라고 했지.
 
정태영:(료이키텐카이)
그래.. 아무튼, 이런거 많이 보는것도 도움이 되니까 나중에 누나도 꼭 보고.. 애니도 좀 보고..(긁적)
 
여은수:(...어디에 도움이 되는데?)
 
정태영:(이런 만약의 사태가 터지면 영역전개해야지)
 
여은수:(영역전개가 뭔데 씹덕아.)
 
정말 깔끔하게 가죽이 벗겨진 사체입니다.
 
자연스럽게 벗겨졌을 수는 없는데 근육 등의 손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태영:
교육
기준치: 65/32/13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태영은 이 사체가 생물 '코요테'의 골격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사체를 더 자세히 볼까요?
 
정태영:누나 이거 코요..테? 코요테 같은데..?
 
여은수:...코요테가 뭔데?
 
정태영:(사체를 더 자세히 살핍니다)
그.. 있어 뿔달리고 멋있게 생긴 동물..
 
여은수:(...? 태영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사체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체 주변 흙바닥에 고인 핏자국은 옥수수밭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금 죽은 듯 맑은 붉은 색인 살갗과 다르게 안은 시꺼멓게 타들어 가 있습니다.
 
SAN 0/1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5/27/11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태영 이성 -1
 
▶:...더해서 아까 이성 굴린 것도 -1입니다. 총 -2 까주세요.
 
정태영:..슬슬 나도 토할것같은데
이거 사체 안쪽은 온통 검정색이야, 탄 것마냥
 
여은수:...으.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다시 떠요.)
 
정태영:겉바속촉..같이.. 아닌가.. 겉촉속바...
 
여은수:(뭔 소리야?) 토할 것 같다는 거, 거짓말 아니야?
 
정태영:이렇게 말하니까 이해 빠르지
 
여은수:...그래, 고맙다.
 
정태영:아니야.. 애들은 이렇게 말해줘야 이해가 빨라서.(유교과!)
 
여은수:내가 애야?
 
정태영:내 눈에는
 
여은수:...봐준다.
 
정태영:(^^)
 
그렇게 커플이 커퀴 짓을 하고 있으면
 
마침 눈 앞에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왼쪽, 또는 오른쪽 길입니다
 
어느 방향에서건 바람 소리뿐입니다.
 
여은수:...어디로 가야 할까?
 
정태영:확률 50프로 찍기인가..
누나 오른손잡이야..?
 
여은수:...응.
 
정태영:...나도.
오른쪽 가자
 
태영과 은수는 오른쪽 갈림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갑니다.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좌우가 구별되지 않는 옥수수밭을 한참 걸어갑니다.
 
옥수수 이파리가 규칙적으로 흔들립니다.
 
여전히 이곳에 사람이라곤 우리 뿐이고,
 
소리라고는 바람 소리와 짐승 우는 소리뿐입니다.
 
정태영:뭐.. 진짜 옥수수밖에 없네....
 
여은수:주변을 봐도... 계속 똑같아.
 
정태영:동물 우는 소리도 나는 것 같고.. 아까 그 코요테 친구들인가....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봅니다)
 
여은수:(그러니까 코요테가 뭔데... 하는 눈.)
 
정태영: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뿔달리고 강아지처럼 생긴 동물 있어)
 
태영이 귀를 기울여보면,
 
가까운 곳에서 풀을 밟는 소리가 들립니다.
 
태영이 멈추면 소리도 멈춥니다.
 
다시 걸어볼까요?
 
정태영:..뭐 ..뭐가 우릴 따라오는 것 같은데?
 
여은수:...뭐가? (태영의 옆에 꼭... 붙습니다.)
 
정태영:내 발소리 따라서 소리도 멈췄다가 다시 들렸다가 해
 
여은수:... ... ... 이 넓은 밭에 스토커가 있다고?
 
정태영:(팔로 은수 감싸안고 계속 걸음을 옮깁니다)
우리 감시하는건가..
 
여은수:...우리가 뭘 했다고 감시를 해.
 
정태영:그러게.. 대체 누가.....참.. 할짓없네
 
태영이 걸어가니 그것의 발소리도 계속해서 들립니다.
 
집요하되 재촉하지 않는 뒤 따름입니다.
 
SAN 0/1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태영, 이성 감소 없음.
 
▶:소리의 근원을 찾아보나요?
 
정태영:(소리의 근원을 찾아봅니다)
 
그것의 조심스러움과 별개로 흔적은 생각보다 싱겁게 드러났습니다.
 
여태껏 당신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 옥수수 대에 피가 묻어있습니다.
 
태영의 한 걸음 바로 뒤, 옥수수 대에서 핏방울이 떨어집니다.
 
정태영:..누구 피야 이거..?
 
정태영:누나 혹시 피 흘려..?
 
은수가 조용히 태영의 이름을 부릅니다.
 
정태영:어.. 왜 불렀어....
 
정작,
 
태영이 옆을 보면,
 
은수는 손목이 가려운지 연신 긁고만 있습니다.
 
여은수:...너무...
...손목이 아파.
 
정태영:아니.. 아니 누나 뭐해....(휘둥그레진 눈으로 당신 손목 바라봄)
 
여은수:...(태영을 신경쓸 겨를도 없습니다. 손목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요.)
 
정태영:그렇게 긁으니까 아프지... 누나... (당신의 손목을 잡고 긁는 것을 멈춰봅니다)
누나 혹시 많이 불안해...?
(살짝 눈물 고이며 당신 애처롭게 바라봅니다)
 
여은수:... ... ... (손목이 붙잡히면 울상 지은 태영과 눈이 마주칩니다.)
...미안.
...내가 왜 그랬지?
 
정태영:피.. 피 나잖아..(제 옷소매로 흘러내린 피 닦아봅니다)
....정신 차렸어 이제..?(잔뜩 울망해져서는 다시 한 번 당신과 눈 마주치며)
 
여은수:(닦인 피를 건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아마도. ...울지 마. (다시 태영을 바라봅니다.)
...됐어. 이 정도는. 계속 걸어가기나 하자.
 
정태영:(ㅠㅠ..)
또 긁을 것 같으면 말해... (손목 못 긁게끔 당신 팔짱 끼며)
 
여은수:...그래. (가볍게 입꼬리를 끌어당깁니다. 팔짱을 끼고 계속해서 걸어나가요.)
 
다시 걷기 시작하면 드디어 저 멀리 인영이 보입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듯 가만히 서 있습니다.
 
정태영:어... 누나 혹시 저거 사람인가..?
 
여은수:...글쎄? 보통 사람이 저렇게 가만히 서있나?
 
당장 나가는 길을 가르쳐 줄 농부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살아있는 사람 대신 조악하게 만들어진 허수아비만 땅에 박혀있습니다.
 
정태영:...그럼 그렇지...
어떻게 생겼는지만 볼까 그래도...(허수아비를 들여다봅니다)
 
말 그대로 ‘입꼬리가 귀에 닿도록’ 활짝 웃고 있는, 목에 팻말을 걸고 있는 허수아비입니다.
 
단단한 쇠 파이프에 삭아가는 밧줄로 묶여있는 허수아비는 밀짚모자에 얼굴이 가려져 코 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입꼬리만큼은 뚜렷하게 보이네요.
 
정태영:되게 기분 나쁘게 웃는데... ..이거 왜 이렇게 생겼어....
 
지나치게 인위적인 미소에 불쾌감마저 듭니다.
 
SAN 0/1
 
여은수: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은수:...음. 이런 허수아비 같은 건 별로 보고싶지 않았는데.
 
은수 이성 -1
 
정태영:무슨... 태어나서 저런 웃음은 처음 보는데.....
 
여은수:...대체 누가 만든 거야?
지나치게 불쾌해.
 
정태영:일단.. 일단 웃음은 무시하고.... 힘들면 눈 감고 누나... (팻말을 확인합니다)
 
여은수:...어떻게 너 혼자 보게 해. (그래도 감은 팔에 힘을 줍니다.)
 
 팻말
 
정태영:(감동한 듯 눈 두어번 끔뻑)
 
팻말도, 허수아비도 오래됐는지 낡았습니다.
 
여은수:...우리는 손상시킨 적 없잖아.
 
정태영:..그렇지
애초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다음.. 다음은 허수아비 얼굴 한 번 제대로 확인할 차례인가...
..누나 눈 감아..
 
여은수:...윽. (태영의 말에 따라 눈을 감습니다.) 다 보면... 말해.
 
정태영:(밀짚모자 들춰내봅니다)
 
보랏빛으로 변색된 피부와 다 떨어지기 시작한 옷에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듭니다.
 
짚을 엮어 옷을 입힌다고 이와 같은 살갗이 만들어지지는 않죠.
 
이건,
 
사람입니다.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3/26/10
굴림: 69
판정결과: 실패
3
 
태영 이성 -3
 
당신이 모자를 벗겨보면...
 
뻥 뚫린, 두 눈이 있어야 할 공간으로 어둠이 비칩니다.
 
몸은 어떨지 몰라도 머리 안은 비었습니다.
 
여은수:... ... ...다 봤어?
 
정태영:(..)
 
여은수:(여전히 눈을 감고 있습니다. 파들파들 떨리는 속눈썹.)
 
정태영:아니.. 아니.. 이거 사람인 것 같아........ 죽은 시체...
 
여은수:...시, 시체를 허수아비로 세워놔...?
 
정태영:눈이 없고.... 머리는 비어있어... 보라색으로 썩은 사람 시체.....
 
여은수:... ... ...
 
▶:정보를 들었으므로 은수도 이성 체크 합니다.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여은수:2
...왜 말해준 거야... 상상되잖아.
 
정태영:그래도.. 정..정보전달이 가장 중요하니까..
미안..(울망)
 
여은수:...(너 T야? 라고 하려고 했는데 목소리에 졌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하지 마.
 
정태영:이런 끔찍한건 나만 고이 간직하고 있을게..
 
여은수:...그래. 됐으니까 허수아비에서 좀 벗어나자. 눈을 계속 감고 있는 것도 좀 그래.
 
정태영:응...(놀란 가슴 심호흡하며 살짝 진정시킨 후 다시 길을 걸어갑니다)
 
계속 걸어가다 보면,
 
어떤 전조도 없이 모든 옥수수 줄기가 부자연스럽게 기울어집니다.
 
무언가에 눌린 모양새입니다만, 어떤 옥수수도 눌려있지 않습니다.
 
여은수:...왜 이래?
 
정태영:갑자기 옥수수들이 인사하는데..
 
그러나 옥수수 줄기는 심하게 휘어 당신들의 시야를 넓힙니다.
 
고개 숙인 옥수수 위로,
 
몇 개나 되는 사람으로 만든 허수아비가 저녁노을을 받아 검게 변합니다.
 
여은수:
SAN Roll
기준치: 61/30/12
굴림: 66
판정결과: 실패
3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50/25/10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3
 
은수, 태영 사이좋게 이성 -3
 
여은수:...아, 진짜! (머리가 아파옵니다.) ...
 
정태영:....(조용히 흐느끼며 머리를 감싸쥡니다)
 
여은수:...야, 정태영.
괜찮아?
정신 차려
 
정태영:..어.. (계속하여 흐느끼는 얼굴로 당신과 눈 마주합니다.)
..정신.. 차려야지... 응.
 
여은수:(눈가 꾸욱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줍니다.) 나 봐.
여기서 정신 놓으면 안 돼.
 
정태영:아.. 알았어...... 다음부턴.. 좀.. 조심.. 응..
(눈 한번 꼬옥 감으며)
 
여은수:응, 그렇지. (오른손으로 곱슬머리 푹 눌러 한번 쓰다듬어 줍니다.)
 
정태영:(약간 진정된 듯 옅은 비소 내짓습니다.)
 
여은수:... (태영의 미소를 보고는, 다시 주변을 둘러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본 허수아비가 파이프에서 떨어져 옥수수 하나를 누르고 있습니다.
 
어쩐지 당신들을 쳐다보는 기분이 들어요.
 
무게 중심이 기운 허수아비가 소리 없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러자 다시 옥수수밭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뭐가 되었든 여기는 절대로 평범한 옥수수밭이 아닙니다.
 
그럴 수가 없죠.
 
이곳에서의 몇 가지 일은 작은 의심에 싹을 틔우기에 충분했습니다.
 
길을 따라 걷고 또 걷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햇빛에 주홍빛이던 벌판이 검게 덧씌워집니다.
 
정태영:우리 죽는 거 아니겠지........
 
여은수:... ... 점점 어두워지네. (아까 제가 찾은 손전등을 달칵, 켜봅니다.)
그런 소리 마.
 
건전지가 닳았는지 몇 번 손전등을 두드리고 나서야 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조용합니다.
 
...
 
낯선 이질감에 뒤를 돌아보면,
 
따라오던 은수도,
 
길도 없습니다.
 
정태영:...누나...? 누나?? 은수누나...????
 
태영과 고작 두 걸음 떨어진 곳부터 옥수수밭이 시작됩니다.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정태영:누나.. 누나!!! 어디 있는거야??
SAN Roll
기준치: 47/23/9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3
 
태영 이성 -3
 
타의 섞인 고립입니다.
 
날은 저물어 손전등의 불빛을 제외하면 주변을 분간할 광원이라곤 없습니다.
 
▶:손전등은 여전히 당신의 두 걸음 뒤에 존재합니다.
은수만 제외하고요.
 
바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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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태껏 태영을 쫓아오던 것이 옥수수를 헤치고 걷는 소리외엔 들리지 않습니다.
 
정태영:
관찰력
기준치: 50/25/10
굴림: 98
판정결과: 실패
아무도.. 아무도 없는데...
보이는 것도 없어..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정태영:이게 뭐야... 누나...
이거 꿈이야...?
 
은수를 찾아도,
 
길을 찾아도,
 
당신에게는 나아가는 길밖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정태영:..누나가 약한 소리 하지 말라그랬는데..
(눈물 닦고 일어서봅니다)
(계속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그냥 하염없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떡하지 이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당신이 걷고 있자면,
 
태영아!
 
정태영:(..누나!!)
 
저 앞에서부터 꽤 다급하게 당신을 부르는 은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태영:누나!! 은수누나.. 어디야...?
 
아직 큰일이 생기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다만 급한 상황인지 몇 번이나 당신의 이름을 부르네요.
 
정태영:다행이다... 누나가 뭐에 잡혀간줄만 알았어...
(소리나는 쪽을 확인해보며 그쪽으로 발걸음 옮깁니다)
 
정태영: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풀숲을 가르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납니다.
 
정태영:뭐.. 뭐가 들리는데
 
열심히 뛰어가면 처음에는 멀게 느껴지던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집니다.
 
정태영:..누나?
 
폭이 넓던 길이었는데 이 근처는 유난히 길이 좁네요.
 
발을 잘못 디뎌 옥수수밭 안으로 들어가는 건 순식간이겠어요.
 
정태영:길도 이상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누나..!! 누나 내 목소리 들려..?
 
응, 태영아, 거기 있어?
 
이제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은수의 목소리입니다.
 
정태영:나 여기 있어..!! 어디야! 소리 들리는 쪽으로 와..!! 내 목소리!!
 
그리고 타이밍 좋게 당신이 들고 있던 손전등의 불빛이 나갑니다.
 
정태영:아..
 
이제는 소리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태영:누나..! 나 좀 불러줘!! 하나도 안 보여 이제...
 
태영아.
 
정태영:(울면서 은수 이름 부릅니다)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소리는 왼쪽에서 들렸습니다.
 
당신은 발밑만 겨우 보이는 시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태영:(왼쪽 팔로 허공 휘저어봅니다)
(왼쪽으로 걸음 이어나갑니다)
 
태영아...
 
혼자 가버린 줄 알고 걱정했어.
 
정태영:아니.. 아니 누나.. 내가 누나를 두고 어디를..
 
바로 앞에서 은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태영:그건 나야말로... 누나.. 누나 내 앞에 있어..?
 
그때 계속 말썽이던 손전등의 불이 들어옵니다.
 
정태영:어..! 됐다..
 
태영은,
 
정태영:(비춰봅니다)
 
가죽이 벗겨져 두개골이 그대로 드러난 짐승의 머리를 바로 앞에서 마주합니다.
 
정태영:... (너무 놀란 나머지 그대로 뒤로 넘어집니다.)
 
알아차리지 못했던 피 냄새가 확 몰려옵니다.
 
정태영:뭐... 뭐...
 
고작 한 걸음의 거리,
 
정태영:....누나 목소리 흉내낸 거예요...?
 
옥수수 사이로 그것이 당신을 눈꺼풀 없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정태영:..누구세요....(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눈물 참는 듯 이야기하며)
 
짐승이 입을 열어 은수의 목소리로 말합니다.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44/22/8
굴림: 97
판정결과: 대실패
3
 
태영 이성 -3
 
정태영:왜... 왜 저희를... 이런 짓을 왜......
은수누나는... 죽었어요...? (잔뜩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제 시야 가린 눈물 연신 닦으면서)
 
정태영, 장기적 광기.
 
정태영:
광기의 발작 - 실시간
필사적인 도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최대한 멀리 도망칩니다. 1D10 라운드 동안 계속 도망칩니다.
For 3 rounds.
(눈물 흘리며 일어선다. 오로지 머릿속에서는 이곳과 멀어저야겠다는 생각 뿐)
...나..나가야.. 이곳에서 나가야...
 
...
 
...
 
...
 
그 뒤로 도망쳤던가요?
 
정태영:(그저 앞으로 하염없이 뜁니다)
 
기절이라도 했을까요?
 
정확한 일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신은 다시 넓은 길 중앙에 서 있었습니다.
 
정태영:...이게 뭐야.
 
앞으로 갈 수 있으며, 뒤로 가도 됩니다.
 
정태영:누나.....
 
어딜가건 여기에는 완벽한 옥수수와 가죽 벗긴 짐승만이 있을 뿐이니까요.
 
정태영:누나..! 아직.. 아직 내 말 들려...? 진짜 이제 누나는 없는거야...? 여기 없는거야..???
(주저앉아 눈물만 흘립니다)
(몇 분 지나고 나서야 일어나 다시 앞으로 걸음 옮깁니다)
 
옥수수밭에서 메아리 치는 소리는, 주위로 퍼져만 갑니다.
 
제멋대로 깜빡이는 손전등을 이정표 삼아 당신은 한없이 걸었습니다.
 
정태영:... (눈물 닦으며 길 따라 정면으로 나아갑니다, 계속해서)
 
이 광활한 땅에도 출구가 있을까요?
 
이것 참 신기하죠,
 
제법 오래 걸었는데 목이 마르기는커녕 다리조차 아프지 않습니다.
 
정태영:.. 이상해.. 여기 모든 것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냥 모든게.. 모든게
 
당신이 계속해서 걸어가다 보면, 저 멀리 바닥에 주저앉은 인영이 보입니다.
 
정태영:(누나..?)
 
기시감이 듭니다.
 
머리칼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이 느껴집니다.
 
정태영:(그쪽으로 빠르게 달려갑니다)
누나..!!
 
결국 당신은, 인영 앞에 도달하게 됩니다.
 
정태영:(인영의 정체를 확인합니다)
 
옥수수밭을 등지고 다리를 구부려 앉은 은수네요.
 
정태영:(누나..!!!!!!!!)
 
이쪽도 무난한 시간을 보내진 못한 모양입니다.
 
정태영:누나.. 나야....
 
여은수:... ...
 
정태영:(당신 앞에 쪼그려 앉아 계속 당신의 이름만 부릅니다)
 
여은수:... ...태영아.
정말 너 맞아?
 
정태영:드디어.. 드디어 누나를...(당신 끌어안고 눈물흘립니다. 메여있는 목소리)
 
여은수:(영문도 모른 채 끌어안깁니다.) ...
 
정태영:..나야... 누나 잃어버려서 미안해...
 
여은수:... ...
나도.
 
정태영:(당신 어깨 축축해질 정도로 조용히 눈물 흘립니다.)
...우리 그래서 어떡..어떡하지..
이 곳 너무 이상해.. 나갈 수 있어 보이질 않는데.....
 
여은수:(팔목 들어 태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습니다만, 이어지는 건 따끔하다는 말소리.) ...아야.
 
정태영:다친 곳은 없어...? 손목은 더 긁지 않았고..? (눈물자국 난 얼굴로 당신 모습 이리저리 확인합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입니다만,
 
아까부터 긁던 손목을 얼마나 긁었는지 피부가 벗겨져 살점이 드러났습니다.
 
SAN 0/1
 
정태영:.. 이렇게 될 동안 나는 어디서 뭘 하고..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3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여은수:... ... 너, 지금까지 뭘 한 거야?
 
정태영:누나 찾으러 다녔지.... 그보다 이거.. 피....
상처 너무 심각한데..... 어떡해...(손만 벌벌 떱니다)
 
여은수:(제 손목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언제부턴가 이렇게 됐어.
...너무 신경쓰지 마.
 
정태영:감염.. 감염되는거 아니야..? 어떻게 신경을 안써..
 
당신이 은수를 걱정하던 그때,
 
하늘을 날던 새가 수직으로 바닥에 추락해 터집니다.
 
여은수:... ... ?!
 
정태영:.. 뭐야..?
 
여은수:(태영에게 뒷걸음질 쳐 가까이 붙습니다.)
 
정태영:여기 너무 이상해...(당신 끌어안고 고개 파묻습니다)
 
여은수:... ... (고개 파묻은 복슬머리 살짝 쓰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사체에 시선을 돌리면,)
 
역시나 가죽이 벗겨지고 속이 싸그리 탔습니다.
 
정태영:..모든 동물들이 이상해
 
여은수:... ...
 
정태영:옥수수밭만 안전한건가...?
그래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한거고..
아닐수도 있으니 무시해..(중얼)
 
여은수:... ...어쩌면...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 ...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어떻게 날 수 있었느냐는 근원적인 질문에 앞서 ‘왜’라는 의문이 고개를 듭니다.
 
무엇을 위해 이것들이 여기에 있습니까?
 
하늘에 떠 있던 유일한 별이 초승달 모양으로 부풀다 완전한 원형으로 변합니다.
 
정태영: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원형으로 변한 별 빤히 쳐다봅니다)
 
태영도 은수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 위에서 당신들을 내려다보는 시선과 눈이 마주칩니다.
 
정태영:...!?
 
새까만 눈동자 안에는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이 담겼습니다.
 
어쩌면 여기는 밤이 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무언가의 그림자가…
 
여은수:
SAN Roll
기준치: 58/29/11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41/20/8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여은수:1
 
정태영:우리.. 우리 무슨 실험쥐가 된 것 마냥....
 
은수 이성 -1
 
여은수:... ... ...무서워.
 
정태영:3
 
여은수:두려워...
 
태영 이성 -3
 
걷고 또 걷습니다.
 
정태영:(주저앉아 덜덜 떨며)....
 
여은수:...일어서.
걷다가 갑자기 주저앉으면 어떡해.
 
정태영:.. 미안.. 미안.. 너무 무서워서..
 
여은수:(주저앉은 당신을 감싸안습니다.) ...알아.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알잖아.
 
정태영:(조용히 당신 체온 느끼며 정신 차립니다.)
 
여은수:(정신 차린 당신의 손을 마주잡습니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는 거야.
하나, 둘, 셋.
 
정태영:(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납니다.)..응......
 
...
 
그렇게 걷다 땅에 온갖 우그러진 철골이 박혀 밭과는 분리된 공간에 발을 디딥니다.
 
까마귀 소리가 길게 납니다.
 
정태영:저건 또 뭐야...
(철골 살핍니다)
 
 철골
 
정태영:...이제 그만하고싶어..
 
여은수:(태영의 양 눈 짓눌러줍니다.) ...그럼 내가 할까?
 
정태영:...응.. 미안해....
나약한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적어도 누나 앞에서는..
 
여은수:(태영의 것보다는 작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줍니다.) 사람이 어떻게 언제나 강할 수 있겠어.
 
정태영:..고마워.....(당신 향해 살짝 웃어보이며)
 
여은수:(차가운 손으로 따뜻한 당신의 얼굴을 톡 만졌다가 떼어냅니다. 그리고는 철골을 조금 더 자세히 봐요.)
 
가까이서 보니 철골이라기엔 두껍고 굵은 쇠 파이프입니다.
 
역시 낡았고, 무언가 묶어놓았던 흔적이 있습니다.
 
정태영:...
 
용도는 몰라도 파이프 위에 날카로운 금속 바들이 여럿 놓여있습니다.
 
정태영:허수아비가 묶였던 건가 여기...
 
여은수:안 본다더니, 옆에서 열심히 보고 있네.
 
얇은 철골이나 안테나 같기도 하고.
 
하여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아슬하네요.
 
지금도 흔들립니다.
 
정태영:..누나 좀 떨어져...
저거 쓰러진 거에 맞으면.....
 
...
 
...
 
정태영:여기 병원도 없잖아....
 
은수의 앞을 막아선 태영,
 
정태영:
민첩
기준치: 35/17/7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태영은,
 
그대로 철골에 관통당합니다.
 
여은수:... .... ...태영아!
 
정태영:(...!!!)
누..누나..............
 
여은수: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3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76
판정결과: 실패
 
여은수:태, 태영아, 여기 봐.
 
정태영:1
 
여은수:괜찮아? (말소리가, 손이, 덜덜 떨립니다.)
 
정태영:(흐려지는 눈으로 숨만 쉬며 당신 쳐다봅니다)
 
바닥에 새빨간 피가 쏟아집니다.
 
정태영:왜.. 왜 이런.....
 
당신의 손목을 잡던 은수의 손은 어쩐지 소름 끼치게 차가워서.
 
정태영:이렇게... 이렇게.. 이게 끝....
 
상처의 크기는 둘째치고 출혈량만 봐도 분명히 죽습니다.
 
당장 병원에 데려가도 의사가 고개를 저을 텐데 이런 광활하게 외진 곳에서 치료가 가능할 리도 없죠.
 
...
 
...
 
그럴 터였습니다.
 
정태영:(숨만 간신히 쉬며 은수 바라봅니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던 피가 멎어도 숨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여은수:... ... 이, 철골, 내가 빼볼게.
 
정태영:....피..피가 멈춘.........
 
여은수:차,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안간힘을 써서 철골을 빼려고 합니다.)
 
정태영:(당신이 빼낼때마다 눈물흘리며 소리칩니다)
아파....!! 철골..!! 왜.. 왜 철골이....
 
여은수:조금만, 조금만 참아. 많이 아프지? (박힌 철골을 거의 다 빼냈습니다. 조금만, 더.)
 
은수가 박힌 철골을 빼내면,
 
정태영:(입술 깨물며 간신히 고통 참아내봅니다)
 
...느려도 상처가 아물기 시작합니다.
 
상식에서 벗어난 공간임은 다시금 증명됩니다.
 
정태영:....어라..... 누나.... 그래도 상처가..
 
여은수:...허, 헉. ...하.
 
정태영:(상처 멍하니 들여다 보면서 심호흡합니다)
 
여은수:... ... ... (힘이 다 빠진 채로, 초점 없이 당신의 상처를 쳐다봅니다.)
...상처가.
 
정태영:.....일단,, 진정.. 진정을.....
 
여은수:... ... ...
 
정태영:약간 아물고있어........ 그래도... 그래도 다행이야..
나는 죽는줄로만.... (참던 눈물 터뜨리며)..여기서 누나만 남기고 죽는줄만.......
 
여은수:...그럴 리가 없잖아... (태영을 강하게 안습니다.)
 
정태영:(당신 세게 끌어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립니다)
..살아.. 살아서 나가자....
 
여은수:(... 마른 눈을 가진 그는, 고개만 조용히 끄덕입니다.)
 
...뭐가 되었든, 이곳에 오래 있어서 좋을 것은 없어 보입니다.
 
육체의 상처와 피로를 해소해주는 이곳도 정신적 피로는 고쳐주지 못했습니다.
 
다리가 무거운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머리가 아파오는 ‘느낌’이 듭니다.
 
여기서 얼마나 헤맸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던 점이 과연 다행이었는지도요.
 
...
 
...
 
...
 
정태영:..언제까지 이런 곳에 우리는.......
언제까지 있어야.. 대체 언제 나가는거야....
 
지금 당신을 부르는 저 목소리가 가죽 벗긴 짐승의 울음인지,
 
정태영:...또 속이는 거죠....
 
바로 옆에 있는 은수의 것인지 구별이 되질 않습니다.
 
여은수:This message has been hidden.
 
정태영:....아니면 이번엔 진짜 은수누나예요....?
 
정태영:...............누나?
 
사방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정태영:...시끄러...시끄러워요..!!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도무지 나갈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정태영:누구예요..누구신데..
 
바람이 옥수수밭을 세차게 흔들고 지나갑니다.
 
미약한 바람 한 번에 모든 옥수수밭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다시,
 
정태영:(헐떡거리며 울부짖습니다) 누구야..!!!!
누나.. 누나.. 아니.. 아니야.. 이번에도 거짓말이지...
 
성대를 모방한 핏덩어리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짖습니다.
 
정태영:(울면서 소리칩니다) 대체 왜 이러는거예요..!! 제가.. 제가 무엇을 했다고.......
 
정태영:누나.. 은수누나..... 나가고싶어...
아니.. 아니야.. 누나가 아니야 너는......
 
정태영:이게... 이게....
누나........!!
 
정태영:바람소리밖에 안들려... 이상한.. 이상한 목소리랑...
 
정태영:
SAN Roll
기준치: 38/19/7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5
 
태영 이성 -5.
 
...
 
...
 
...
 
다시, 길 중앙입니다.
 
정태영:....(반쯤 정신을 놓으며 그대로 멍하게 정면 쳐다봅니다.)
 
처음 당신들이 타고 왔던 자동차가 길 중앙에 서 있습니다.
 
고장난 곳은 없습니다.
 
정태영:계속.. 계속.. 반복...
 
다만 달릴 길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나가야 합니까.
 
정태영:(자동차 근처로 걸어가 은수가 있는지 살핍니다.)...누나...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더이상.. 뭘..
 
▶:당신은, 옥수수를 꺾을 수도, 꺾지 않고 여기에 남을 수도 있습니다.
 
정태영:..이렇게 된 거
이곳은 이미 제정신 아니니까.
..
(굳은 결심을 하고 옥수수밭에 내려가 옥수수 하나를 세게 꺾습니다.)
..나도 이제 가죽 벗겨지려나
 
당신은 탄력 있는 줄기에 손을 올립니다.
 
체중을 실어 누르자 가벼운 반발과 함께 줄기가 휩니다.
 
그와 동시에 모든 옥수수가 고개를 숙입니다.
 
정태영:망할 옥수수........
 
누르고,
 
버텨서,
 
꺾습니다.
 
광활한 땅이 꺾입니다.
 
정태영:(눈물 흘리며 손에 힘을 쥡니다)
..어라.........
 
한 번의 손길로 멀끔하게 제초된 땅이 마침내 엿같이 넓었던 옥수수밭의 끝을 보여줍니다.
 
그 사이에서 죽어 매달린 수많은 사람과,
 
누군가 제 영역 안에 들어오기만을 기다린 가죽 벗긴 짐승들이 아가리를 쳐듭니다.
 
전부 꺾여 황량해진 토지의 삿된 것들이 일제히 달려듭니다.
 
대신 우리에게는 이전까지 없었던 길이 있습니다.
 
여은수:...태영아!
 
정태영:저기.. 저기..
..누나?
 
여은수:...저거 봐.
 
정태영:....거짓말 아니지..?
 
여은수:길이 생겼어.
진짜야, 진짜니까 정신 좀 차려!
 
정태영:이상한 짐승 아니고 진짜 은수누나..?
 
여은수:맞다니까! 저것들이 오기 전에 차에나 타야 할 거 아니야!
 
정태영:그래.. 그래 가자...
(차에 타서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 잡습니다)
 
차에 올라 강하게 액셀을 밟습니다.
 
정태영:가.. 가야....
 
흙먼지만을 뒤로 남기고,
 
우리는 달려갑니다.
 
...
 
정태영:나갈 수 있는거야..? 드디어...?
 
...
 
...
 
끝까지 내달려 콘벨트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면 비로소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는,
 
옥수수는커녕 풀 한 포기 없는 황야만 있었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안 믿어주겠죠.
 
정태영:나.. 나온거야..?(헐떡거리며 연신 눈물 쏟습니다.)
 
완벽했던 옥수수와 그 사이를 배회하던 가죽 벗겨진 짐승의 이야기 같은 건.
 
여은수:그래, 그러니까... 눈물 닦아. (눈물을 차분히 닦아줍니다.)
 
정태영:(운전대에 얼굴 파묻고 눈물 뚝뚝 흘립니다.)
살아.. 살아 돌아온거지...?
누나.. 누나는 괜찮은거 맞고...?
 
여은수:그럼, 다 괜찮다니까...
다 끝난 거야.
 
정태영:(당신 와락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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